머리가 복잡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어서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합니다.
그중 유독 자주 보는 프로그램(한때는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던)이 있는데...어느날 부턴가 마음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특히 프로그램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다다르면 미션 수행-정확히는 벌칙 수행할 사람을 뽑는 것-을 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거의 매 회차마다 보게 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벌칙에 당첨된 멤버의 절망스런 표정과 벌칙에서 면제된 나머지 멤버들의 환희에 찬 표정이 겹쳐지고, 이내 환희에 차서 외치는 외침이 들려오지요.
"나만 아니면 돼~!!!"
예전에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대사가 나오면 일단 기대부터 했었었지요.
어떤 벌칙이 출연자를 힘들게 할까?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리액션으로 즐거움을 안겨주었지요.
예전에는 분명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귀에 너무도 거슬립니다.
아니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채널을 돌리게 됩니다.
왜그리도 그 말이 귀에 거슬리는 걸까요?
가끔씩은 짜증이 날 정도로요.
생각해보니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 속에서 느껴지는 이기적인 마음이 그렇게도 거슬렸나 봅니다.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아온 자신에 대한 불만이 이제서야 나와서 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영리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짜증이 나서일까요?
아무튼...어찌되었던 간에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이 정말 싫어졌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에야 솔직한 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 속에 담긴 이기적 마음이 거슬리는게 아니라 정말 싫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방송 관계자들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추후도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열심히 응원합니다.
다만...정말 다만입니다만...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면 단순해 보이는 말 한마디에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세상에 그닥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저 역시도 그렇게 살려고 합니다.
이젠 "나만 아니며 돼"가 아닌 "그럴바엔 내가 할게"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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