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에서는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열기를 내뿜고...
그 열기를 순화시키기는 커녕 더욱 들끓게 만드는 콘크리트의 미로.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의 열섬 속에서 종일 시달린 나.
그리고 귀신에 끌리듯 발길이 닿은 수변공원.
수변공원, 겨울은 겨울대로 운치가 있지만...
역시 수변공원 하면 여름이다.
도저히 도시의 열기를 참을 수 없어서 나왔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여기는 사람의 열기로 훅~하다.
그런데 사람의 열기는 아무리 대단해도 견딜만은 하다.
시원하고 조용한 휴식을 원해서 나왔지만...
역시나 그것은 나만의 욕심임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소음도 냄새도 느껴진다.
아이들이 즐거움에 못이겨 지르는 소리, 주취자들의 고성, 그리고 기타의 소음 등등.
바람에 실려오는 사람들의 땀내음, 콧끝을 간지르는 알코올 냄새, 그리고 각종 음식의 스멜 등등.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서 나름 조용한 곳을 찾아 앉았다.
도시의 불빛을 받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갑자기 주위의 소리와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강물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바람의 촉감만이 느껴진다.
그리고는 오롯이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물 흐르듯이 시간이 흘러간다.
계속 쳐다보니...
물이 흐르는 것인지 내가 흐르는 것인지 헷갈린다.
계속 쳐다보니...
지금이 아까인지 아까가 지금인지 시간관념이 사라진다.
그리고는 내가 사라졌다가는 온전한 나로 돌아왔다.
눈 앞에 물이 흘러가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 흘러간다.
흐르는듯 아닌듯 해도 멈춤이 없다.
무시무시한 힘은 느껴지지 않지만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그자리를 흘러간다.
자기 길을 묵묵히 단한번의 쉼도 없이 흐른다.
나의 시간도 물 흐르듯이 갔으면 좋겠다.
아니 나의 삶이 물 흐르듯이 목적지를 향해 갔으면 좋겠다.
더위도 식힐 만큼 식혔으니...
다시금 삶이 있는 도시 속으로 들어가야지.
'살아가는..(거니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여름, 책보는 것도 좋다. (0) | 2015.07.31 |
---|---|
비가 내리는데... (0) | 2015.07.23 |
못난이 채소집 (0) | 2015.07.19 |
점을 본적이 있었지. (0) | 2015.07.13 |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왔다. (0) | 2015.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