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기억하고..(거니야)

기다림이 그리워지는 날

거니빵 2016. 7. 20. 00:01

살다보면 가끔 '기다림'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오래전 개인휴대통신이 없던 시절...집전화나 편지로만 연락이 가능했던 그 시절이 나이가 들면서 유독 더 그리워진다.

그땐 지금과는 달리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한번의 만남도 사전의 약속을 통해서 준비가 되어야 했기에 모든 만남 자체가 귀하고 소중했었다.
그렇기에 같이 있는 시간은 절대로 허투루 쓸 수 없었다.
만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했고, 온전히 서로를 위해서만 사용했다.
돌이켜보면 그래서 예전의 만남들에 더 많은 추억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지금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예전엔 만남에 준비성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즉흥성이라는 새로운 요인이 만남의 묘미를 높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어떤 날은 만나러 나간 후의 '기다림'도 있었다.
의사소통의 오류나 기억의 오류 등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날이 있었다.
지금에야 '다음에 보자'하고 쉽게 돌아설 수 있지만, 예전에는 다시 시간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기다림'의 수고를 아끼지 않았었다.
그래서 만남이 있는 날, 일부러 책 한권 들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한번은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그날따라 그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던 가게의 주인에게 일이 생겨서 3시간반 정도를 기다려야 했던 적이 있었다.
아무 불평불만없이 책보며 기다렸던 시간들...그 시간이 지겨움이 아닌 설렘과 즐거움으로 기억되는걸 보면 '기다림'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은 한시간만 기다리게되도 지겨워 성질부렸을텐데...그런 때가 있었다.


어느날부턴가 사람들을 만나 잠시 이야기 나누다, 이내 SNS에 게임에 정신 팔려 만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와 주변인들을 보게 된다. 


그렇게 만남이 만남같지 않게 느끼게 된 날부터...'기다림'이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