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기억하고..(거니야)

반짝 추위

거니빵 2016. 3. 1. 22:03

'이제는 봄이구나' 하고 긴장이 풀릴 즈음...한번씩 긴장 풀지 말라며 '반짝 추위'라는 친구가 찾아 온다.
'한겨울의 혹한' 정도의 강도는 아니지만, 나의 몸은 '한겨울 혹한의 냉기'만큼 아니 그때보다 더 움츠러든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 때는 더한 경우를 당해도 견뎌내는데, 긴장이 조금만 풀려도 작은 어려움만 있어도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것을 보면...흔히 '정신상태'라고 하는 것의 차이가 같은 사람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꽃샘 추위'까지 몇번의 '반짝 추위'를 맞이하고나야 진짜 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탄탄대로만 내내 펼쳐져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고, 기분 좋고 컨디션 최고인 날만 있으면 좋으련만 힘들고 짜증나고 게다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다.
그래서 삶은 양지와 음지의 연속이고, 굴곡지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양지고 정상일 때는 세상이 마냥 좋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살아가다 보면 음지이고 바닥인 시기도 겪게 되는데 이때는 하루하루가 곤욕이고 고통으로 느껴지고 행복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며 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살아내게 하는건 아마도 곧 양지가 될거라는 희망 그리고 곧 정상이 나타날거라는 꿈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인생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날이 있으면 좋은 날도 있는 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 더 말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되는건(물론 나만의 경험이고 생각일지 모르지만) 좋은 날에서 나쁜 날로 넘어갈 때는 '와장창'하고 한방에 떨어지는 것 같은데...왜 나쁜 상황에서 좋은 상황으로 올라올 때는 간보는 것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단계를 거쳐면서 사람의 진을 빼는지 이해가 안가는 정도를 넘어서 화(?)가 날 때도 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몇번의 '반짝 추위'를 견뎌야 하듯이, 왜 좋은 날을 보기 위해서도 여러 번의 시련과 고비를 꼭 경험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든다.
'반짝 추위'야 겨울 옷을 다시 꺼내 입으면 되지만, 고통과 시련으로 떨어진 정신적 체력에 또 또 힘듦을 줄 땐 무엇으로 견뎌야 할지 답이 생각 안난다.
누구는 정신력으로 견디라고 하는데...그것도 한두번이고.
또 혹자는 희망만 보고 가라는데...사람이 밥을 먹어야 힘을 내지 공기만 먹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너무 이상적인 답일 뿐이다.
..........

많은 앞선 분들이 좋은 답들을 알려주었지만, 아직 나의 수련이 모자라서인지 내 수준으로 실천하기에 역부족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아직 무식하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두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솔직히 좀 창피한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잘 맞는 처방인거 같다.
하나는 울기다. 눈물이 안나면 슬픈 영화나 노래를 들으며 온갖 청승을 떨면서 눈물을 주룩주룩(?) 쏟아내고 나면 어느 순간 가슴에 '살고 싶다'는 의지와 '다 덤벼'하는 결기로 채워져 위기를 헤쳐나가게 된다.
또 하나는 욕하기다. 특정한 대상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고...속이 답답하고 힘들 때 주로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안에서 실컷 욕을 쏟아내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면서 살아갈 힘과 용기로 채워지며 살아내게 된다.
물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아니고 아직까지 미성숙한 '나'만의 살아가는 방법일 뿐이지만...나에게는 최고의 방법이다.

'반짝 추위'로 몸살 기운이 느껴져서 약을 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생각을 끄적거려 보는데...참 뜬금없는 인간이다.

벌써 3월이다. 내 삶에 또 봄이 시작되는구나.
다시 못 올 2016년의 봄을 제대로 만끽해야지.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