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거니야)

당산동 구두방 '고 강상호님'의 명복을 빌며...

거니빵 2016. 5. 9. 00:45

언제부턴가 뉴스를 볼 때 자극적인 내용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것 같다.
음식을 먹을 때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자극적인 맛을 탐닉하듯이...세상에 대한 관심 역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에만 흥미를 느끼면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훈훈하고 따뜻한 기사를 참~ 좋아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살다가 어떤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정말정말 귀한 분이 세상을 살다간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너무 아쉽게도 돌아가신 후에야 알게된 그 분의 이야기는...우리 사회가 지켰어야 할 귀하고 소중한 삶이었는데. 그런 고귀한 삶이 음주운전차량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음에 더욱 애통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천사였기에 먼저 데려가셨다고 위안삼기에는 너무도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산동 구두방 아저씨로 알려진 '故 강상훈'님이 사시면서 남기셨던 흔적과 발자취는 남은 이들에게 좋은 삶, 행복한 삶에 대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길을 안내해 주었기에 그 어떤 인생보다도 귀하고 위대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삶이었지만, 큰 울림을 남겨준 인생이었기에.

자신이 지체장애1급으로 불편한 상황이었음에도 항상 구두방을 연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을 엄수하며 자리를 지키셨다 한다. 그리고 삶이 늘 기쁘거나 행복하지만은 않았을텐데도 항상 웃으며 주변을 밝히시고, 말없이 위로와 위안을 선물해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무허가 구두방을 운영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았고, 게다가 시절이 변하여 본업만으로는 생계유지도 힘들었을텐데...정신지체인 부인과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하는 생계는 물론이고 자신보다 힘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살피는 삶을 사셨다고 한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베푸는 삶이 넉넉하다고만 되는게 아니란건 알고 있었지만...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그런 삶이 가능할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당연히 자신없다. 이 대답은 나 뿐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故 강상훈'님의 삶은 위대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세상 가장 귀하고 소중하면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세상은 리더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높은 지위에 올라있고, 카리스마있고, 눈에 보이는 탁월한 성과를 낸 누군가를 찾으려고 난리들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리더십에 대한 정의들이 있다. 그중 '좋은 영향을 끼쳐서 성취를 이뤄낸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故 강상훈'님은 분명 훌륭한 리더셨다. 귀감이고, 표상이고, 혼돈과 어둠 속에서도 길을 안내하는 등불...그렇게 오랫동안 외롭고 힘들고 그리고 아픈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끼쳤으면 좋겠다.

'故 강상훈'님 같은 귀한 삶을 살만큼 좋은 인성을 가지지 못했어도...많이 모자라지만 어제보다 나은 인생을 살고 싶다.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신 하늘에 계신 '故 강상훈'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