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거니야)

박태석 변호사를 떠나보내며...

거니빵 2016. 5. 9. 02:55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가 있고, 거기에 맞춰 좋아하게 되는 배우가 생긴다. 그중 한명이 '이성민'씨이다. 그 배우가 이번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하여 관심을 가지고 보려 했는데...살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은 법.
내용이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는 변호사의 이야기여서...더욱 관심이 컸는데,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재방송 등을 확인하여 보는 꼼꼼한 성격도 아니기에. 그래도 드라마 마지막 부분은 연휴가 되어서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띄엄띄엄 보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알고 있었기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감상할 수 있었다.
내용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앓게 되는 개인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의 이야기와 풀어야 할사건으로 구성되었는데, 나의 관심은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집중되었었다. 나의 가족의 이야기였었기에.

지금까지 머리에 남는 장면이 몇개 있는데...흔히 예상이 가능했던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장모 등 가족들이 병을 인정하고 수용해가는 과정도 인상 깊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정확히는 후배들)가 자신의 일인양 가슴아파하고 도와주는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특히 남는건 따로 있었다.
주인공인 '박태석'변호사가 자신의 병을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본인이 밝혀야 할 사건에 대해서 전념할 때 많은 기자들이 사진기 플래시를 터뜨리며 혼란스럽게 질문들을 퍼부었다. 그로 인해 병세가 일시적으로 나빠지면서 혼란을 느끼고 판단력을 잃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 아버지가 나타나 손을 끌고 엘리베이터로 데려가 태운다. 무책임한 삶을 살아서 그다지도 싫어했던 아버지인데-그렇다고 그게 다는 아니지만-그 아버지가 자신을 지키러 나타났다. 어여 올라가라는 아버지. 그걸 바라보는 아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지고, 아들은 아버지를 향해 앞으로 나서는데...표정이. 그 표정이 너무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미움과 원망은 사라지고, 고마움과 죄송함 그리고 슈퍼맨 아버지를 기다렸던 어린 아들 앞에 드디어 나타난 아버지를 보며 느끼는 안도감과 행복감...등등. 그리고 그렇게 부자는 말없이 그렇지만 뜨겁게 화해를 한다. 덤덤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손이 가슴으로 가서는 천천히 쓸어내리며 감정을 추스리는데도 눈물이 흘렀다. 죄송함에.
다음으론 아버지인 '박태석'변호사가 자다가 나와서 화장실을 찾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 아버지의 병을 인정하고, 상태마저도 수용하면서...아버지가 화장실 가는 길을 잊지 않도록 벽에다가 안내화살표들을 만들어 놓았다. 그를 본 주인공은 천천히 길을 따라 가고, 뒤에는 아버지가 자신때문에 신경 쓰일까봐 멀직히 서서 살피는 아들이 있었다. 가족이기에.

아직까지 마음 속 한켠에는 죄송함이 뭉쳐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못한 나의 부족함과 무성의함이 만든 후회의 응어리.
조금이라도 빨리 '알츠하이머'란 병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더라면...마음이 아렸다.

이제 '알츠하이머'란 병은 특별한 병이 아니라 한다. 나 역시도 그 병에서 안전할 수 없고. 나 뿐아니라 그 누구도 안전하다 자신할 수 없다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제는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무거운 짐을 나눠서 질 수만 있다면...이겨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작으나마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이 아버지께 속죄하는 길이라 믿기에.

드라마 속 '박태석'변호사를 떠나보내며...이제는 후회 대신 더하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삶을 살려한다. 그래야 먼 훗날 다시 만나뵙게 되었을 때 죄스럽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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