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거니야)

옛날 옛날...깊고 깊은 산속에...狐假虎威를 넘어 狐詐虎食

거니빵 2016. 3. 15. 01:43

아주 오래전 옛날 옛적에...깊고 깊은 산속에...평화로워 보이는 동물왕국이 있었다.

그 왕국은 호랑이가 왕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동물들이 나름의 평화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호랑이왕이 왕국을 통치하는데, 영토가 엄청 넓다보니 혼자서 모든 일을 하나하나 신경쓰며 관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여우들에게 왕국 통치의 도우미 역할을 주어...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왕국을 통치하였다.

처음에는 여우들이 일을 정말 잘해서...왕국이 제대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운영되었다.

동물백성들은 처음에는 호랑이왕의 지혜로운 치세를 매일매일 칭송하였고, 호랑이왕은 자신의 현명한 국정운영에 만족하며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날이 하루이틀...한달두달...한해두해 지나가면서 동물백성들은 불행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호랑이왕은 동물백성들의 불행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호랑이왕은 통치 도우미인 여우들이 일을 정말 잘하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직접 챙기던 일들을 하나둘 넘겨주더니 결국에는 모든 권한을 여우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다 어느날부턴가는 아예 왕국의 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게되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호랑이왕이 자신의 왕국에 대해 신경쓰지 않게 된 날부터...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여우들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삐쭉삐쭉 눈치를 보며 동물백성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는데, 이내 아무 제재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대놓고 괴롭혔던 것이다.

그래서 동물백성들이 몇번 반항을 해보려고 했지만, 깊은 골짜기에서 울려퍼지는 호랑이왕의 포효소리를 들으면 모두 숨기에 바빴다.


결국 동물백성 중에서 가장 큰 용기를 가지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가 대표로 호랑이왕에게 가서 왕국의 실상을 알리기로 했다.

여우에게 잡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둘이 나뉘어서 갔는데...토끼는 역시나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아 왕이 있는 곳 가까이에 도착했다.

호랑이왕을 보려니 긴장도 되고해서 신경안정제를 먹었는데, 마음이 안정된 것까진 좋았는데 왜이리 잠이 쏟아지던지...잠시만 쉬자고 했던 것이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잠에서 깨 눈을 뜨니 주위에는 여우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이후로 토끼의 소식을 아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반면에 거북이는 한발한발 걸어가는데 워낙 느리다 보니 열흘이 넘게 걸려서야 호랑이왕이 있는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오는 동안 어떻게 호랑이왕을 설득할 것인가를 계속 연습하면서 왔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한편 대표들이 호랑이왕을 찾아가 여우들의 악행을 고발해서 다시금 예전의 평화를 찾게되기를 기다리던 동물백성들은 고통속에서도 희망을 잃지않고 있었다.


대표들이 호랑이왕을 만나러 출발한지 열이틀이 지나고나서 여우들이 호출을 받고 왕의 계곡으로 갔다.

그리고 여우들은 왕의 계곡에서 새로운 장식물인 거북이 박제를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호랑이왕이 여우들의 교활한 속임수에 속아 그들을 믿는 바람에 동물백성들을 괴롭히는 상황이 된 줄 알았는데.......호랑이왕이 속은게 아니라 여우들을 뒤에서 조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랑이왕 자신이 예전보다 더 풍요롭고 싶어서 여우들을 닦달했고, 대신에 당근으로 여우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눈감아 주고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동물백성들은 토끼와 거북이 모두 가는 도중에 여우들에게 잡혔다고 생각하며 명복을 빌었고, 또 여전히 속고 있는 호랑이왕에 대한 서운함과 안쓰러움을 느끼며 매일매일 여우들에게 괴롭힘과 착취를 당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불행은 동물백성들에게서만 끝나지 않았다.

호랑이왕은 자신의 계곡에서 언제나와 같이 안락하고 편안한 세월을 지내고 있었다.

여우들이 가져다 바친 고기를 먹으며 나름의 문화생활과 창작예술활동을 하면서 행복과 만족에 찬 나날을 만끽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여우들이 꾀를 내면서 호랑이왕의 불행은 싹트기 시작했다.

날고기를 먹던 호랑이왕에게 두뇌활동을 위해서는 익힌 고기가 좋다며 설득하여 결국에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그렇게 익힌 고기를 먹기 시작한 호랑이왕은 날이 가면서 강한 이빨이 필요없어졌고, 또 사냥을 하지 않으면서 몸은 둔해졌고 손톱발톱도 쓰지 않다보니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지나자 호랑이왕의 힘은 약해질대로 약해졌고, 마침내 여우들이 호랑이왕을 제압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바로 그날...호랑이왕 자신이 계곡의 장식용 박제가 되었다.

그리고 호랑이왕이 통치하던 虎國은 狐國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동물백성들은 계속해서 희망없는 삶을 이어갔다.


몇달 여우들이 자신들만의 권력을 만끽하며 있었는데...예전 왕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바람에게서 전해들은 쫓겨났던 젊은 호랑이가 왕국으로 왔고, 주인 바뀐 왕국에는 삵들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동물왕국의 삶은 계속 이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