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거니야)

칼날

거니빵 2016. 1. 21. 17:34

칼잡이가 운명인 두 아이가 한 마을에 살았다.
칼잡이로 살아야하는 운명은 같은데...손에 쥐어준 칼은 두 아이의 출신에 따라 달랐다.
대대로 무사의 집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그 집안 가보인 보검이, 가난한 소작농의 아이에겐 동네 대장장이가 만들어준 칼이 쥐어졌다.

무사집의 아이는 좋은 재능에다가 집안의 후원으로 어려서부터 훌륭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무사가문임에도 귀족집 아이들 같이 존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자랐다.
반면 소작농의 아이는 물론 좋은 재능은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집안생계에 도움을 주어야 했기에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아이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마을에 큰 화가 닥쳐서 부모들을 모두 여의게 되었다.
둘 모두 복수심에 불타 검술연마에 매진했다.
거의 십여년 동안 검술을 연마하여 실력을 기르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원수의 행방을 찾았다.
결국에는 무사집의 아이도 소작농의 아이도 원수의 행방을 알아냈고, 복수를 위해 찾아갔다.
십여년의 검술수련으로 둘 모두 적수가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원수를 갚는 것은 먼저 찾아간 이의 몫이라 생각들 했다.
무사집 아이가 간발의 차로 먼저 찾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소작농의 아이가 무사집 아이의 시신을 들쳐엎고 나타나서는 정성스레 장례를 치러주었다.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혹시 원수를 무사집 아이가 무찔렀는데, 그것이 분해서 소작농 아이가 지친 무사집 아이를 해한건 아닌지 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이면 이 이야기만 했고, 결국엔 의심은 의심을 낳아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
촌장이 이래서는 큰 화가 있을까 걱정이 되어 마침내 소작농의 아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보게까지 되었다.
소작농의 아이는 의심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었고, 그 증거는 내일 가져와서 보여주겠다하고 돌아갔다.
다음날 시간이 되어도 아이가 나타나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니...작별을 고하는 편지와 칼 두자루만 남겨두고 떠난 후였다.
결국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하루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일은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날 촌장의 손자가 친구들과 장난을 하다가 두자루의 칼을 뽑아보게 되었다.
그런데...

무사집의 가보였던 보검은 녹이 슬고 날의 이가 다 빠진채였고, 동네 대장장이가 만들었던 칼은 파리가 앉다가 잘라질 정도로 날이 잘 서있었다.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솔함으로 의심했음을 창피스럽게 생각하고, 두개의 칼을 마을의 보물로 잘 모셔두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