審(審覺解)

거니빵 2015. 8. 30. 01:28

길을 걸었다.

별빛도 달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길을 걸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손에 든 작은 불빛만을 의지한채 걸었다.

그러면서 내가 걸어온 길이 길이 되길 바랬다.

 

길을 걸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고 가야할 길을 걸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와도 저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만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불빛으로 길이 나길 바랬다.

 

 

길을 걸었다.

그러다 뒤돌아 본 곳에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작아도 횃불이라 생각했는데...

손에는 한 방향만 비치는 렌턴만이 쥐어져 있었다.

 

길을 걸었다.

그래도 잠시 쉬며 본 곳에 빛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극성은 아니어도 별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반딧불이 한마리가 빛을 내다가 날아가 버렸다.

 

 

그럼에도 오늘도 걷는다.

걷다가 지치면 이제는 잠시 쉬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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