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기억하고..(거니야)

노래를 듣는다.

거니빵 2015. 12. 28. 19:58

노래를 듣는다.
노래 속에 내 얘기가 있었다.
노래를 듣는 것인지, 내 사랑 얘기를 듣는 것인지.
가사 속에 아직 잊지못한 첫사랑이 있고, 멜로디 속에 내 목숨보다 더 사랑했었던 그녀가 있다.
노래를 들으며 맘 속 깊은 곳에 응어리져있던 미련을 조금씩 녹여낸다.

노래를 듣다보니 시절마다 유행한 쟝르들이 있었다.
트로트도 있었고, 포크도 있었고, 발라드도 있었고 또 지금은 너무도 다양한 쟝르들이 존재하고, 지금도 어디선가 새로운 쟝르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을 표현하는데 쟝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첫사랑은 포크송 안에 있고, 목숨처럼 사랑했던 그사람은 발라드 가사 속에 아직도 살아있고, 얼마전 헤어진 그녀는 트로트 안에서 내 그리움을 자극하고 있다.
쟝르는 내 얘기가 되면서 하나가 된다.
가사도 멜로디도 어느덧 구분은 사라지고, 내 얘기로만 통한다.

기계가 발전하면서 내가 듣고 싶은 노래들만 준비하여 듣던 시간이 있었다.
별 관심이 없던 노래는 굳이 들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노래편식이 심해지던 어느날...내 얘기가 있던 노래가 어느새 단물 빠진 껌처럼 이야기는 없고 그냥 습관으로 듣고 있는 무미건조한 내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 가슴을 움직이던 노래가 아무 감흥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내 주위에 흔히 있는 생활 속의 소음이 되었음을 깨달은 그날.
나는 메모리된 노래들을 멀리 떠나보냈다.
대신 다시금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노래와 이야기가 아직은 어색하지만 정말 행복하다.
긴 기다림 속에 한번씩 들리는 내 추억의 노래가 다시금 내 얘기가 되었다.
무언가에 열중하던 중에 들려오는 노래에 가슴은 찌릿하고 온몸의 세포는 각성한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슬픔을 만끽한다.
사랑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눈물나게 그리운 나만의 보물들을.

노래 속의 내 얘기를 듣는다.
노래를 계속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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