覺(審覺解)

인연이 있다.

거니빵 2015. 8. 16. 00:50

인연...

 

사람이기에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만들면서 살 수 밖에 없다.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어울리며 살아간다.

우리는 이를 인연이라고 한다.

 

 

인연만큼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흔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람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다면, 그 특징들이 만남을 통해 물리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만들어지는 형질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인연들을 살펴보다가 특이한 것을 보게 되었다.

다양하지만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

바람같은 인연, 물같은 인연 그리고 나무같은 인연들.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은 인연.

대부분이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간혹 섬광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생 뇌리에 각인되는 인연이 있다.

한번 지나간 바람이 지구를 몇바퀴 돌고돌아서 나에게 다시 올 수 있듯이 먼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는 인연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바람도 다양해서 미풍같은 바람, 머릿결을 흐트리는 바람, 태풍같은 바람 등등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주지만...그럼에도 바람은 바람일 뿐이듯 바람같이 이내 사라지는 인연이 있다.

우리는 흔히들 지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나와 영원히 함께는 하지 못하는 물과 같은 인연.

깨끗한 물 같은 사람과의 인연은 나의 영혼도 깨끗하게 해주고, 오염된 물 같은 사람과의 인연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면역력을 높여주어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게도 해준다.

사람의 몸이 상당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순환을 통해 결국에는 내몸으로 들어 온 물이 언젠가는 내 몸 밖으로 나가듯이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관계이지만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하는 인연이 있다.

체내로 들어와서 소임을 하는 물이 있고, 체외에서 역할을 하는 물이 있지만...물은 언젠가는 내 몸밖으로 빠져나가거나 내 몸에서 증발하여 사라지듯이 멀어져가는 그런 인연이 있다.

그들은 우리의 친구이자 애인으로 곁에 있기도 한다.

 

내가 존재하기도 전부터 나의 곁에 있었던 나무와 같은 인연.

나무마다 종류가 다르고, 또 그 나무마다도 나름의 특징을 가지지만...그 나무안에서 만큼은 그 나무의 특징을 어쩔 수 없이(?)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관계들이 있다.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감사하게도 나와 많은 것을 공유하며, 나라는 존재를 나의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너무나도 귀한 인연이 있다.

끝모를 시작점에서 시작하여 나라는 잎이 가지로 자라며 다시금 새로운 인연들을 만드는...내가 사라져도 또다른 내가 쉼없이 계속 영원이라는 시공간으로 확장해가는 그런 인연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존재하게 한다.

 

 

한 곳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 같은 인연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고, 오염된 물과 같은 인연으로 인해 건강한 삶에 위기를 겪을 때도 있고, 태풍같은 인연으로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나무같은 인연이 나를 존재하게 하고, 물과 같은 인연이 나를 더욱 사람답게 하고, 바람같은 인연이 지치지않게 그렇게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게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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