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행시

무.더.위.

거니빵 2016. 5. 24. 15:57

무거운 짐을 어깨 위에 잔뜩 지고서 쓰러질 듯 한발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더이상은 못 갈 것 같은데도 꾸역꾸역 고갯길을 올라 결국엔 정상에 섰다.
위대하기보단 짠함이 느껴지면서 떠나신 아버지가 보이는데 말을 잊었다.


인생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정의가 있다. 아름답다는 사람도 있고, 苦海라는 사람도 있고...등등.  
참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살아보니 어느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가도 곧 슬프고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이와 반대일 경우도 있고.
喜怒哀樂과 희망과 절망이 그리고 幸 不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러다가 뒤섞였다가 분리되기도 하고...이렇게 계속되는게 삶. 아닐까?

살다보니 쉽고 편하고 즐거운 시간보다는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더 많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기억된다.
헐떡헐떡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상쾌한 한줌 바람에 힘듦을 이겨내고, 떨어지지 않는 한걸음한걸음 떼면서 앞으로 나가다 갈증을 한번에 날려줄 물 한모금에 한발 더 뗄 힘을 얻는 것...이것 또한 삶이라 생각되고.
그러다보면 언덕 꼭대기 올라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대견하다 생각한다. 물론 다시 고개길을 내려갔다가 저 앞의 고개를 또 넘어야 하지만.

그렇게 살아낸 삶 속에서 어느날. 내 모습에서 아버지의 뒷모습을 느끼게 되는 날이 오고...이제서야 그리움이 올라와 목이 메인다.
이렇게 힘든 시간 속에서도 내색 한번 없으셨음에...더 가슴이 아파오고, 따뜻한 말한마디 제대로 못 전해드린게 죄송스럽고. 그런데도 그렇게 살아내셔서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한데도...전할 방법이 없다.

평년보다 무척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땀을 훔치다가...생각해 본다.
오래전 오늘 나같이 땀을 훔치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죄송함이...그리고 훗날 오늘 나같이 땀을 훔칠 아이에겐 미안하지 말자 다짐해본다.
그게 삶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무더위 땜에 흐르는 땀에 내 눈물 감춘다. 아무일 없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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