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행시

거.북.이.

거니빵 2016. 4. 19. 01:14

거기까지 가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거야?
북적대는 인파 속을 피해 오느라 예상보다 늦었어.
이런 젠장...내 걸음이 늦단걸 모르는 사람이 없네.


거북이는 자신의 걸음이 늦는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항상 일찍 출발하는데도, 남들보다 항상 늦게 도착했다. 그럼에도 자기 걸음이 늦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변명을 해댔는데...거북이의 걸음이 늦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날이 될때까지 거북이만 모두가 안다는걸 알지 못하고 있었다. 속인다고 될 일이 아니었는데...그럼에도 너무너무 바랬다. 너무너무.
자신이 숨기고 싶은 약점 아닌 약점을 모두가 알고있음을 알았을 때 세상이 모두 끝난거 같아서 슬프고 아팠다.

그런데 거북이는 몰랐다.
자신의 느림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오래 생존할 수 있음을, 그래서 그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기에 그 누구보다 현명해질 수 있음을.
자신의 느림이 약점이 아닌 가장 아름다운 특징임을.

사람들 중 일부도 자신의 약점에 매달려 시간낭비를 한다.
그럴때 열린 마음으로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건 어떨까? 약점이 아닌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소중한 개성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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