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느곳에 이동수단은 거의 발달하지 못했는데, 통신수단은 겁나게 발달한 개구리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는 얼굴은 한번도 못 봤는데, 굉장히 친한 두 친구가 있다. 우물시 돌벽구 바닥동에 살고 있는 '경솔'이와 초원시 빨래터구 빨래판동에 있는 '소침'이가 바로 그 개구리들이다. 그둘은 만나지는 못해도 매일매일 게다가 하루에 몇시간씩 통화를 하는 사이다. 근래 얘기하는 브로맨스의 전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날도 몇시간째 통화를 이어가던 중에 '경솔'이 하늘을 보며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햇살이 없어. 햇볕을 봐야 비타민D도 생기는데...아쉽네" 그 얘기를 듣던 '소침'이 하늘을 보니 그곳엔 큰 뭉게구름이 떠가고 있는게 아닌가. "여긴 파란하늘 가운데 거대한 뭉게구름이 둥둥 떠가고 있어. 정말 좋은 날이야" '소침'은 하늘을 우러러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햇살은 햇살대로 느끼고 경치는 경치대로 즐기며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부럽다. 여긴 얼마나 더 있어야 햇볕을 볼 수 있을지 몰라" '경솔'이 부러워하며 말을 하자 '소침'은 뭔가 모를 우월감이 올라왔지만 '경솔'이 삐칠까봐서 "여기라고 다 좋은건 아니야. 좋을 때가 있을 뿐이지"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는 '경솔'은 뭔지모를 기분 나쁨이 느껴졌지만, 티는 안내면서 통화를 마쳤다. 그러면서 '역시 딴 동네에 사는 친구들하고는 속맘까지 터놓고 지내긴 힘들어. 통하는게 없다니깐.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니까' 혼자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두 동네는 사람의 발걸음으로 채 두걸음이 되지 않는 거리였다. 물리적인 거리는 얼마되지 않았지만...그 둘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었다. 심리적으로는 세상 끝과 끝 정도의 거리에서 살고 있는듯 느끼면서 살고 있는게 아닌가.
둘은 바로 옆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여러 상황적 그리고 환경적 요소들에 의해서 전혀 다른 세상이라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의 차이는 옳고 그름, 능력의 유무 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다른 모습을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하고, 다만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공감의 영역 안에서 보이는 것 너머의 세상을 공유할 수 있음을 알았더라면...아쉽지만 '그게 더 중요한건데'란 생각을 한다.
구름이 많다고 그 뒤에 하늘이 없는건 아니다. 눈에 안 보일 뿐이지. 둘은 모두 하늘의 존재도 알고 있었고, 또 구름에 가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서로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교류를 통해 많은 공감대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거기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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