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거니야)

절박함에 대하여...

거니빵 2016. 1. 12. 15:24

출장을 가는 날이라 사무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중이었다.
전철을 타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좋게도 자리가 나서 앉았다.
평소와 같이 스마트폰을 보다가 눈이 시큰거리는게...쉬어야겠다 싶어서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 옆자리 어르신이 말을 걸어 오신다.
"회사 다녀요?"
"...네..."갑작스런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부탁이 있는데..."
"네?"궁금함을 느끼기도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당혹감이 밀려왔다.
"우리 아들이 쉬고 있는데...혹시 일하게 해줄 수 있어요?"
"...아..."어떻게 대답해야할지...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그 이후 잠시동안 당신의 상황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당황스럽고 또 죄송스런 마음에...그냥 하시는 말씀을 잠시 들어드렸다.
이내 조용히 앞을 주시하시더니...생각이 많아지신듯 눈을 감으셨다.

그 어르신의 현재 상황이 어떠신지 나는 모른다.
다만 장성했지만 당신께서 아직 신경써야하는 자식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만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얼마나 절박하셨으면...생면부지의 사람에게까지 당신의 모든 자존심 내려놓으셨을까.
명치 끝이 묵직해지는 것이...부모님이 생각났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꿈도 자존심도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는...목까지 올라온 뜨거운 것을 억누르며 눈을 감았다.

절박함에 당신 자존심을 내려놓으셨지만...내 눈에는 가장 위대한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내 능력이 안되어 아무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모쪼록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빌어본다.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지금 여기'가 감사하다.

'살아가는..(거니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날씨  (0) 2016.01.18
그 자리...  (0) 2016.01.18
첫...  (0) 2016.01.11
보고 싶어도...내 탓이니 참아야지  (0) 2016.01.11
소한  (0) 2016.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