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갔다.
언제부턴가 시내에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귀찮고 성가시다 느껴져서 왠만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도 역시나 전철을 타고서 갔다.
전철역에 내려서 목적지인 강남성모병원으로 나가는 출입구를 찾기 위해서 역사 내에 비치된 주변을 표시한 지도를 확인하다가...갑자기 한 지명이 눈에 훅하고 들어왔다.
한때는 너무도 자주 갔었던 곳이었는데...어느 날부턴가 나와는 전혀 아무 상관이 없는 곳이 되었던 지명이었다.
그 친구를 처음 만난건 1987년 봄이었다.
대학교 새내기로 미팅에서 만났던...그리고 그로부터 7년 후 군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 나눴던 통화를 마지막으로 만나지도 소식도 전해듣지 못했던...바로 그 친구가 살았던 동네였다.
그 친구를 못 만나게 된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잊지 못했었는데...어느새 전혀 기억도 못하고 살고 있었나 보다. 내가.
병원으로 걸어가는데...무의식 속의 창고에 고이 보관하고 있었던 추억들이 댐이 무너져 넘쳐나듯 나의 머리를 휩쓸었다.
도저히 걸을 수 없어서 병원 앞 벤치에 앉아 추억의 격랑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 친구와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첫 만남에서부터 설레고 수줍었던 첫 입맞춤...그리고 둘이 나눈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이 정말로 많았다.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인연이기에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그 친구가 있어서 만들 수 있었던 내 푸른 날들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 시간이 넘게 이런저런 추억 속에 있으면서...담배를 피지 않은 이후로 처음으로 담배 한모금 했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분명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거야'라고 작은 기도를 하고서 조용히 일어났다.
지인을 병문안하고서 나오는 길에...일부러 길을 돌아서 그 친구가 살았던 동네를 거쳐 전철역으로 갔다.
1987년 그 친구를 만났던 그 때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지만...내 마음 속의 1987년 그 친구를 만났던 그 날의 태양은 여전히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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