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지나고..(거니야)

자료를 준비하다가...

거니빵 2015. 12. 22. 20:20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시간을 거슬러서 나의 모습을 추억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니 기쁘고 좋은 일도 많았고, 슬프고 힘든 시간도 많았었다.


생각이 흐르다가 갑자기 1990년에 멈춰섰다.

그해에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시기였었다.

 

(1990년도 크리스마스 씰이다. 이때만해도 카드를 보내기 위해서 많이 구입했었다)


5월말경으로 기억이 된다.

남자라면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하고 그를 위해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신검을 받기 전날 갑자기 몸상태가 안좋아지면서, 머리가 아팠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컨디션은 더욱 안좋아졌고, 그래서 신검 받으러 가기 전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 당시에는 X-레이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서 우선 가결과를 들었는데...폐렴 아니면 폐결핵같다는 의사소견을 받았다.

그 몸으로 신검을 받으니...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결과를 받았다.(남 속은 모르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며 박수를 쳐주었던 기억이 난다. 참 나)

결과는 예상대로 급성폐결핵이었다.

2달 정도 치료를 받는데...낮에는 견딜만 한데, 밤에는 열이 얼마나 나던지 한동안은 '살려다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땀은 얼마나 많이 나던지 매일 이불이 축축히 젖어서 말리는 것도 일이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밤에는 헛것도 많이 봤었다.

솔직히 너무 아픈 밤에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행히 2달만에 완치가 되었는데...병간호하느라 고생한 가족들에게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다.

결핵하면 크리스마스 씰이어서 그해의 씰 사진이 있어서 올려놓았다.

 

('사랑과 영혼'의 가장 대표적인 장면. 1990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다행히 병치료를 마치고서는 편안한 일들만 있기를 바랬는데...9월 중순에 정말.

이제는 잊혀진 사건이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노량진 일대가 침수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노량진역 인근의 단독주택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강변부터 물이 차오른다는 소식을 접하고는...제발 우리집까지는 미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버지와 형은 출근을 했고(그 당시엔 형도 같이 살고 있었다)...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어머니와 형수는 안전한 곳으로 모셔드리고 나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결국 집이 침수가 되었는데...그때 느낀 무력감을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방에서 근무하던 형까지 올라와서 힘을 합쳐 빠른 시간안에 집정리를 마치면서...지금 생각해도 많은 생각이 나게하는 사건이었다.

 

 

지금에서야 추억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는 일이지만, 오랜 시간동안 밝히고 싶지 않은 일들이었다.

시간의 힘과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였지만, 정말 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간들이었다.

앞으로는 나의 소중한 시간들 중 하나로 기억하며 '지금 여기'를 감사하며 살아야지.

아무튼 1990년은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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