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노래는 언제 누구에게 불려도...역시 좋은 노래인걸...
이번 '불후의 명곡' 전설들로는 '함중아'씨와 '조경수'씨가 출연했다.
예전에...참 대~단한 가수들이었는데. 둘 중 누가 더 인기가 있었느냐 따지는건 바보같은 짓이니 더이상 언급을 않겠지만...어렸을 적에 '함중아'씨의 노래를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왠지 모르게 '함중아'씨 특유의 비음에 매료되었었나 보다.
첫 무대는 '손준호'씨가 '불후'무대에서 처음인거 같은데 솔로로 나와서 '함중아'씨의 '안개속의 두 그림자'로 무대를 채웠다. 원래 실력있는 가수지만, 이제는 자신감까지...정말 멋지고 풍성한 무대를 만들었다. 바이올린, 피아노, 드럼 그리고 코러스가 때로는 혼자였다가, 둘이 또는 셋이, 클라이막스에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 '손준호'씨를 돕는데...절대 과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작품을 만든게 너무 좋았다. '손준호'씨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이 오히려 더 애처롭게 때로는 처연하게 느껴지는데...최고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특히 오늘은 창법마저도 변화를 주면서 가장 완벽한 무대를 꾸미려한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무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그랬나 봐')를 부른 그리고 음색을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김형중'씨가 함중아'씨의 '내게도 사랑이'로 꾸몄다. 어릴 때 참으로 많이 흥얼거렸던 노래라 감회가 새로웠다. 어른들 표현대로라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꼬마가 동요는 안부르고 이 노래를 불렀으니...ㅉ. 그렇게 시작된 무대...피아노 전주에 이어진 바이올린과 '김형중'씨의 목소리로만 만든 전반부가 특히 기억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끝까지 갔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맑은 '김형중'씨의 음색이 맑아서 더 슬프게 느껴지는게 정말 좋았다. 이어서 후반부는 가장 '김형중'씨다운 무대로 꾸며졌다. 원곡의 느낌도 많이 났고. 좋은 노래는 그리고 좋은 가수는 무대를 가리지 않는 법인가 보다.
다음은 '강남'씨가 '조경수'씨의 '행복이란'으로 무대를 만들었다. 오늘도 역시나 다채로운 무대를 연출했다. 예능에 출연하는 '강남'씨는 말이 많다라는 느낌을 받기만 했는데...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대 위의 '강남'씨는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행복하기에 그런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겠지만. 전반부는 서정적으로, 중반부는 브라스밴드 그리고 무용단과 함께 흥겨운 무대를 꾸몄다. 그러다 이어진 직접 연주한 섹소폰 독주까지. 여기까지도 다채로웠는데...밴드'스트릿건즈'와 함께 스캇이라하던가(?) 하는 것을 둘이 주고받으며 흥을 돋우다 모두 흥겹게 하나가 되는 무대는...현장에 있었다면 일어나 춤을 안 출 수 없었을것 같다. 마지막에 사회자 '신동엽'씨까지 끌어내 만든 무대는...그냥 정말 기분 좋고 흥겨운 무대 그 자체였다.
네번째로는 듀엣'디셈버'가 '조경수'씨의 '돌려줄 수 없나요'로 꾸몄는데...특히 불과 한달여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모곡이라 듣는 내내 슬픔을 느꼈다. 분명 원곡과는 다른 슬픔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개인적으론 특히 좋았다. 원래 애절한 발라드를 잘 부르는 팀이기에 예상은 했었지만, 슬픔을 슬픔 그대로 표현해내고. 전반부엔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중반부엔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가 '디셈버'의 목소리와 합을 맞추는게 더 가슴을 울렸던 것 같다. 후반부는 콰이어와 함께 웅장하게 슬픔을 터뜨리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듯 지나갔고, 마지막 두마디 '나''요'를 힘겹게 내뱉는 진심이 느껴져 더욱 짠했다. 그리움을 그리움 그대로 표현해줘서, 슬펐지만 슬프기에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은 '박기영'씨가 바로 그 노래 '함중아'씨의 '풍문으로 들었소'로 만들어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부터 꽤 좋아했었는데, 영화와 드라마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니...애 늙은이 음악 취향이 있었나 보다. 지난번에 탱고에 도전하더니, 이번에 디스코에 도전했다. 왠만해선 적당한 정도로 디스코를 사용할텐데...그녀의 도전 정신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원곡과는 많이 다른...그래서 듣는게 쉽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청중들을 사로잡는 모습을 보니...다시금 궁금해졌다. 다음엔 어떤 음악을 보여줄지...벌써부터 기대된다.
여섯번째는 요즘 대세 걸그룹인 '트와이스'가 '조경수'씨가 번안하여 부른 'YMCA'로 꾸몄다. 근래 스케쥴 소화도 만만치 않을텐데, 자신들의 노래도 아닌데 안무까지 준비하여 무대에 선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들만의 상큼함과 발랄함을 맘껏 발산하는데...보는 이들을 그냥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간에 들어간 노래가 원곡과 잘 조화되도록 선곡하고 편곡한게 영리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은 왜 전설로 안나오고 참여했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김장훈'씨가 '조경수'씨의 '아니야'로 피날래를 장식했다. 솔직히 '김장훈'씨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실력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직접 불러보기도 하고 또 계속 듣다보니...정말 좋은 가수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김장훈'씨의 가슴을 긁는 특유의 창법은.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그냥 그렇게 느끼게 한다. 오늘은 다른 장치들로 무대를 채운게 아니라, 오로지 목소리로만 그리고 감성으로만 무대를 꽉 채우는데...후반으로 갈수록 완전히 몰입해서 흠뻑 노래에 젖을 수 있었다. 공연을 많이 해서인지 관객들을 특별한 도구나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몰입시키고 열광시키는데...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임을 다시금 새삼 실감한다.
좋은 노래는 시간이 지나서 감성이 변하였다고 해도 좋은 노래일 수 밖에 없다. 먼 시간이 흘러 다시 들었을 때 묵은 장이 더 깊은 맛을 내듯이 더 깊은 감동을 주는건 당연한 얘기인가 보다.
좋은 노래는 시절을 따르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지나도 가슴에 남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