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년여전부터 일기는 만년필을 사용해서 쓰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불편하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쓰다 버릇을 해서인지 상당히 자연스럽고 편안해졌다.
주로 사용하는 필기도구들은 나름의 특징이 있다.
만년필은 열심히 글을 쓰다 글씨의 농도가 엷어지는 것을 느낄 때 즈음이면...
어느새 잉크를 충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수시로 잉크를 충전하여 쓰는 것이 확실히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 정이 가는 필기구임에는 분명하다 .
볼펜을 사용할 때는 충전이 필요없거니와 상당히 오랜 시간 쓰면 되고 (요즈음은 볼펜 리필심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다 쓰면 그냥 버리면 되고...
솔직히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는 이마저도 필요없어졌으니;;
(그래도 아직 손글씨가 선호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이 사용되리라 생각하고 싶다)
아무리 정이 간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왜 불편하게 만년필을 사용하냐고 묻는다면...
원래부터 글씨를 잘 쓰지는 못했지만, 그마저도 군생활을 하면서 완전 엉망이 되어서...
그 이후로는 콤플렉스(?)가 되었었다.
그런데 콤플렉스라고 하면서도 고칠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계속 볼펜을 사용하거나 자판만 사용하다보니 좋아질 기회는 아예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님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매일 일기를 기록하시던 만년필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깨끗이 보관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제인지 정확한 날은 기억나지 않지만 갑자기...
아버님은 이 만년필로 글을 쓰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그리고 만년필로 종이를 한장한장 채워나가실 때는 어떤 느낌을 받으셨을까?
하는 궁금증이 올라왔다.
아니...
지금 다시 봐도 아버님의 글씨체가 참 좋아서...
그만큼은 아니어도 쓰시던 만년필을 사용하면 마술같이 내 글씨체도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바램에...
그 이후로 계속 만년필을 쓰고 있다.
금액만으로 따졌을 때 더 비싼 만년필도 남겨주셨는데...
아마 본인께서도 자식에게 남겨주려고 아끼셨을 만년필은 나도 못 쓰게 된다.
대신 사진에 나오는 아버지의 손때가 잔뜩 묻어있는 만년필을 쓰고 있다.
만년필로 일기를 처음 쓰던 날에는 글씨체가 좋아졌음하는 바램의 마음이 컸었다면...
지금은 만년필로 일기를 쓰고 있노라면 가끔씩 아주 가끔씩...
아버님께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담소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살아계실 때는 죄송스럽게도 그렇게 했던 적이 한번도 없으니...
그리고 돌아가시고 나서야 후회하니...
그래서 인간은 참 바보인가 보다.
오늘도 아버님이 남겨주신 만년필로 일기를 쓰려고 한다.
오늘 쓰는 일기에는 좋은 글씨체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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